프레스룸
<엄마의 봄날> 24회
<엄마의 봄날> 24회
‘영자 엄마의 전성시대’ 편
* 방송일시 : 12월 21일 월요일 밤 9시 50분
충북 옥천의 산골 마을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티격태격 싸움이 끊이지 않는 노부부가 살고 있다. 흙투성이 옷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는 건 기본, 아내의 잔소리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 무심한 남편 공영조(81세) 아빠와 이런 남편이 늘 못마땅하고 답답하다는 아내 꼬부랑 여영자(78세) 엄마가 그 주인공이다.
19살 꽃다운 나이에 불같은 성격의 남편을 만나 평생을 순종하며 살았다는 엄마는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더 이상 지고 살 수 없다며 스스로 대장을 자처한다. 아궁이 불 지피기부터 메주 쑤기까지 지금부터라도 모든 집안일을 함께 하자며 선언하고, 전에 없던 잔소리 공격을 시작한다.
영자 엄마의 하루는 남들보다 일찍 시작된다. 세수할 물을 끓이는데도 아궁이의 힘을 빌려야 하다 보니 조금 더 서두를 수밖에 없다. 쪼그려 앉아 불을 지펴야 하는 아궁이에 높은 문턱까지 허리 아픈 엄마에겐 옛집에서의 생활이 불편할 만도 하건만 이 집을 고집스레 지키고 있다. 구두쇠 남편이 집까지 고치지 못하게 한다며 타박하지만, 사실 엄마 역시 이 집을 허물기 싫은 건 마찬가지다.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옛집이 꼭 본인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 때문이다.
10년 전 그 날, 엄마는 한밤중에 억장이 무너지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바로 엄마의 버팀목이었던 큰아들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황망하게 큰아들을 잃은 이후 엄마에겐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스러운 날들이었다.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 고된 일로 슬픔을 잊으려 했고, 그렇게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엄마의 허리는 나날이 굽어 갔다. 보행기 없이는 한 걸음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굽은 허리와 매 순간 찾아오는 통증으로 하루빨리 치료를 받아야하는 엄마에게 봄날지기가 찾아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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