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룸
<백반기행> 19회/20191004
2019.10.04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방송일시 : 2019년 10월 4일 금요일 밤 8시 / 19회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찾은 열아홉 번째 장소는 서울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청계천을 따라 형성된 두 개의 시장, 서울 시민에겐 어머니의 젖줄과도 같은 곳, 그래서 지갑 가벼운 이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음식을 흔쾌히 내어놓는 동묘‧동대문 지역이다.
동묘‧동대문 백반기행에 동행할 식객은 90년대 아이콘이자 유행을 선도했던 탤런트 우희진이다. 한때, 옷에 빠져 동대문에 살다시피 했다는 그녀가 “요즘은 ‘멋’ 대신 ‘맛’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작은 체구와 어울리지 않게 무한한 식성을 뽐내 허영만을 놀라게 한다.
동묘‧동대문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첫 번째 식당은 단골들도 찾기 힘든 곳에 있는 동묘시장의 30년 된 동태찌개 집이다. 좁디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주방과 홀이 분리된 독특한 구조의 이곳은 제대로 된 간판도 없어 지나치기 쉽지만 사실 30분을 꼬박 서서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는 동묘의 대표 식당이다. 메뉴는 단 하나! ‘동태찌개’이다. 5,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푸짐한 양도 감탄스럽지만 그보다 식객들의 발길 붙잡는 건 개운하면서도 칼칼한 국물과 탱글탱글한 동태살의 식감이다. 이를 위해 오후 세 시면 문을 닫고 다음 날 재료 준비에 공을 들인다는 주인장은 “금액은 저렴해도 만드는 방식만큼은 제대로 한다”고 자부심을 보인다.
서울에서 가성비 하면 단연 떠오를 수밖에 없는 동묘. 그곳에서도 가성비 甲으로 불리는 음식은 바로 짜장면이다. 특히 이곳, 골목에 숨은 50년 전통 중국집은 서울 고급 중식당 못지않은 맛으로 동묘를 찾는 사람들에겐 반드시 가봐야 할 필수 코스라고 꼽힌다. 그런데, 그 내공 가득한 짜장면과 볶음밥을 만드는 숨은 고수가 할머니다. 일흔여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자유자재로 중식 팬을 돌리는 모습에 절로 박수가 나온다.
탤런트 우희진이 담백한 맛에 중독돼 젓가락도 놓고 맨손으로 닭다리를 뜯는 위대(胃大)함을 보여준 집은 동대문 패션 거리를 지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간신히 발견할 수 있다는 60년 전통의 삼계탕집이다. 여타의 삼계탕과 달리 구수한 국물이 인상적인 이 집의 삼계탕은 먹는 방식부터 남다르다. 일단 삼계탕이 나오면 수북이 나오는 편 마늘을 닭 아래 넣어주는 게 1단계, 그 후 살을 발라 먹은 뒤 뒤따라 나오는 국수를 국물에 말아 푹 익은 마늘과 함께 먹어줘야 한다.
한편, 동대문 일대에 몽골인부터 러시아인들까지 하나 둘 모여들면서 서울 하늘 아래 외국이라고 불리고 있는 중앙아시아 거리를 탐방한다. 한국어보다는 키릴어가 흔할 정도로 이제는 이국적인 풍경만이 남은 이곳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식당은 점심시간보다 오히려 아침에 손님이 몰려든다는 서울식 소뼈 해장국집이다. 커다란 소뼈와 부드러운 우거지로 이뤄진 이 집의 해장국은 네 시간 동안 거품을 걷어내며 완성한 개운한 국물이 인상적이다. 특히 통통하게 무쳐낸 콩나물무침을 해장국에 말아 함께 먹으면 별 양념장 없이도 국물이 칼칼해져 속을 풀기엔 더없이 제격이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서울 시내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돼지갈빗집. 노상이라는 특수성과 모기들에게 팔 정도는 내어주어야 한다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5시만 넘으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라는데. 조금은 불편해도 맛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게 용납된다는 손님들. 그런 손님들을 위해서 이른 새벽부터 콩나물국을 끓여내는가 하면, 갈비를 판으로 떼어 와 일일이 손질한다는 주인장. 50년 세월 함께한 이들의 정겨운 이야기와 충청도 남편과 경상도 아내의 알콩달콩 고기 굽기 전쟁까지 만나볼 수 있다고. 저물어가는 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노상 고깃집의 낭만을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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