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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봄날] 440회 - 2024년 2월 18일 일요일 오전 8시 30분

2024.02.19
<엄마의 봄날>

방송일시 : 2024년 2월 18일 일요일 오전 8시 30분 / 440회


이번 주 <엄마의 봄날>에서는 바닷바람을 등지고 농사를 짓는 엄마의 이야기 ‘흥부자 숙자 엄마의 겨울연가’ 편이 공개된다.

소담스럽게 쌓인 눈, 그리고 봄날지기를 눈물 나게 할 정도의 매서운 바닷바람이 한반도 최남단 ‘해남’이란 이름을 무색하게 한다.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눈옷을 입은 너른 밭이 보인다. 그곳에서 궂은 날씨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아픈 허리로 김매기를 하는 주인공 엄마(김숙자, 69세)와 군소리 없이 일하는 남편(박길재, 72세)이 봄날지기를 맞아준다.

때로는 핸드폰을 못 찾기도, 행동이 다소 굼뜨기도 해서 엄마를 열 불나게 만드는 남편. 답답함에 버럭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 남편이지만, 밭일을 하다가도 문득 그의 왼손을 보면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뻐근해진다. 과거 사고로 왼쪽 손에 문제가 생겨 아픔을 가지게 된 남편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손으로 곡괭이질을 하고, 아픈 허리에 파스를 붙여주는 묵묵한 그 사람을 보면 다시 한번 눈물을 삼키게 되는 숙자 엄마다.

부부의 인생은 세 번 바뀌었다. 숙자 엄마가 바닷가로 시집을 왔을 때는 굴 캐고, 낙지를 잡으며 어부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40여 년 전, 남편이 배에 탔다가 손가락 사고를 당한 때에 인생의 변곡점을 맞는다. 이후 여섯 남매 키우기 위해 안 해 본 것 없이 했다는 부부. 그렇게 고생하다가 낙지 잡으러 다니던 바다가 매립되고 더 이상 조업을 나갈 수 없게 되자, 중년의 나이에 농부로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다. 어느 한순간도 쉬운 적 없던 날들. 그래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서로를 의지하며 험난한 길을 함께 헤쳐나왔다.

해남을 뒤덮던 눈보라가 잦아들고,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 쨍한 겨울 햇빛은 기분 좋게 해주는 동시에 또 다른 일거리를 준다. 녹은 눈으로 진흙탕이 되어버린 배추밭을 정리해야 하는 것. 비옷을 입고 한바탕 비닐 걷기를 하다 보면 허리는 점점 무거워져만 간다. 그때 꺼내든 남편의 빨간 카세트테이프. 숙자 엄마는 남편이 틀어준 구수한 노랫가락에 맞춰 송가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실력을 발휘해 노래를 부르며 아픔을 잠시 잊어본다.